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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메뉴가 매일 막막한 이유는 끼니마다 백지에서 다시 고르기 때문이다. 국·메인·반찬의 자리를 정해두고 조리법과 맛, 색이 겹치지 않게 채우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냉장고 재료를 순서대로 소진하고 단백질만 돌려가며 상비 반찬을 두면 며칠 식단이 겹치지 않는다.
반찬 고민이 막막한 이유는 모든 반찬을 한 번에 다 만들려 하기 때문으로,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과 그날 만드는 메인을 나눠 정하면 매일 고민할 거리가 준다. 무침은 2일, 조림·장아찌는 5일에서 2~3주까지 가므로 보관 기간이 무엇을 미리 만들지 알려주고, 무·애호박·대파처럼 여러 요리에 겹쳐 쓰는 제철 재료부터 고르면 장보기와 손질이 함께 줄어든다. 밑반찬은 고정하고 메인은 조리법만 바꿔 변주하며 소분·날짜 표기로 관리하면 적은 가짓수로도 질리지 않는다.
가을엔 무·연근·우엉·버섯 같은 조림과 볶음용 채소가 두루 제철을 맞는다. 밑반찬을 한 번에 준비한다면 냉장에서 5~7일 가고 냉동도 되는 조림·볶음을 먼저 대량으로 만들고, 2~3일이면 상하는 나물은 소량으로 자주 만드는 것이 실패가 적다. 우엉·연근은 식초물로 갈변을 막고 무말랭이는 양념 전 건조 상태로 보관하는 등 재료별 손질 포인트를 함께 확인하면 좋다.
밑반찬은 2~3주 가는 장아찌·볶음부터 이틀이면 상하는 물기 많은 무침까지 보관 기간이 제각각이다. 양에 맞는 밀폐용기에 소분해 냉장고 제자리에 넣고, 빨리 상하는 것부터 먼저 먹으면 버리는 반찬이 줄어든다. 오래 가는 반찬을 기본으로 깔고 빨리 먹을 반찬은 소량만 만드는 조합 기준으로 일주일치를 짜면 된다.
연근조림의 아삭함과 부드러움은 재료가 아니라 데치는 시간과 조림 불세기에서 갈린다. 아삭하게 만들려면 3분만 데쳐 찬물에 헹구고 뚜껑을 연 채 센불에서 중불로 15분 안팎 빠르게 조리면 된다. 완성한 조림은 국물을 바특하게 남겨 냉장하면 3~4일 동안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8월엔 오이·가지·애호박·열무처럼 수분 많은 채소가 값싸게 쏟아져, 이 재료부터 고르면 여름 반찬 고민이 줄어든다. 무침은 불 없이, 가지·애호박은 살짝 익혀 새우젓으로 감칠맛을 더하면 더위에 가라앉은 입맛을 살리기 쉽다. 다만 조리한 음식은 완전히 식혀 담고 2시간 안에 냉장(5℃ 이하)해야 상하지 않으니 식약처 보관 기준을 함께 챙겨야 한다.
8월엔 오이·가지·애호박·노각처럼 값싼 제철 채소가 쏟아지지만, 세균은 32~43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 반찬이 금세 상한다. 그래서 여름 반찬은 그날 먹을 시원한 무침·냉국과 냉장에서 오래 버티는 짭짤한 밑반찬을 나눠 만드는 편이 실속 있다. 냉장고를 5도 이하로 두고 먹던 젓가락을 반찬통에 다시 대지 않는 것만 지켜도 상하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