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를 다른 가루로 바꿀 수 있는지는 그 요리에 글루텐이 꼭 필요한지에 따라 갈린다. 부침과 튀김은 쌀가루나 전분으로 바꾸면 오히려 바삭해지지만, 빵과 국수는 글루텐이 없으면 부풀거나 이어지지 않아 대체가 어렵다. 쌀가루나 가루쌀이 밀가루보다 비쌀 수 있어, 비용 절감이 목적인지 식감·건강이 목적인지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밀가루를 다른 가루로 바꿔도 되는지는 요리마다 다르다. 기준은 하나다. 그 요리에 글루텐이 꼭 필요한가. 글루텐이 핵심인 빵과 국수는 바꾸기 어렵고, 부침과 튀김은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다. 무턱대고 바꿨다가 반죽이 부서지거나 빵이 부풀지 않는 일은 대부분 이 차이를 몰라서 생긴다.

Alejandro Aznar
밀가루에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단백질이 있어, 물을 만나면 글루텐이라는 끈끈한 그물 구조를 만든다. 이 그물이 반죽에 탄력을 주고, 발효할 때 생기는 기체를 가둬 빵을 부풀린다. 면이 쫄깃하게 이어지는 것도 글루텐 덕분이다.
반면 쌀에는 글루텐을 만드는 글루테닌이 없다. 그래서 쌀가루나 전분으로는 글루텐 특유의 탄력과 팽창을 그대로 낼 수 없다. 이 점이 바꾸기 쉬운 요리와 어려운 요리를 가른다.
부침개는 글루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멥쌀가루는 해물파전이나 김치전 같은 부침에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밀가루보다 바삭한 편이다. 쫀득한 식감을 원하면 찹쌀가루를 섞는다. 찹쌀가루의 아밀로펙틴 성분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만든다. 다만 쌀가루로 부친 전은 식으면 다소 질겨질 수 있어 따뜻할 때 먹는 편이 낫다.
튀김에서는 글루텐이 적을수록 바삭함이 산다. 감자전분이나 옥수수전분을 섞으면 튀김옷이 가볍고 바삭해진다. 밀가루만 쓸 때보다 눅눅해지는 속도도 느리다. 튀김은 대체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는 쪽에 가깝다.
문제는 글루텐이 뼈대인 요리다. 빵은 글루텐 그물이 발효 가스를 가둬 부풀어야 하는데, 쌀가루에는 그 구조가 없어 잘 부풀지 않는다. 시중의 쌀빵은 전용 품종을 쓰거나 제분 방식과 반죽 수분을 따로 맞추고 보조 재료를 넣어 이 문제를 보완한 것이다. 집에서 밀가루를 쌀가루로 1대1로 바꾸면 같은 빵이 나오지 않는다.
칼국수, 수제비, 손반죽 면도 마찬가지다. 반죽이 쫄깃하게 늘어나고 끊기지 않으려면 글루텐이 필요하다. 이런 요리는 전용 레시피가 아니라면 밀가루를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요리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 요리 | 추천 대체 가루 | 식감 변화 | 난이도 |
|---|---|---|---|
| 부침·전 | 멥쌀가루, 찹쌀가루 | 더 바삭하거나 쫀득 | 쉬움 |
| 튀김 | 감자·옥수수 전분, 쌀가루 | 가볍고 바삭 | 쉬움 |
| 과자·쿠키 | 쌀가루 | 더 부서지기 쉬움 | 보통 |
| 빵·국수 | 전용 레시피 필요 | 잘 안 부풀고 끊김 | 어려움 |
한 가지 짚을 점이 있다. 밀가루값이 부담돼 대체를 고민한다면, 비용만 보고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쌀로 만든 가루쌀은 1kg에 3,000~4,000원대로 수입 밀가루보다 오히려 비싼 편이다. 전분도 단가가 낮지 않다. 즉 대체 가루는 돈을 아끼는 선택이라기보다, 식감을 바꾸거나 글루텐을 피하려는 선택에 가깝다.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밀가루 사용량을 조절하고 눅지 않게 보관하는 쪽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