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의 솔향을 똑같이 내는 버섯은 없지만, 요리에서 송이가 맡던 역할은 표고와 새송이로 충분히 나눠 맡길 수 있다. 감칠맛이 필요한 국·솥밥에는 도매 1kg 9천 원대의 표고가, 고기 같은 식감이 필요한 구이에는 4천 원대의 새송이가 맞다. 능이는 저렴한 대체재가 아니라 다른 고급 향을 원할 때의 선택지이며, 새송이와 표고를 함께 쓰면 1만 원 남짓으로 가을 버섯밥을 지을 수 있다.

먼저 솔직하게 짚자. 송이의 그 솔향, 생으로 얇게 썰었을 때 나는 향은 다른 버섯으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송이 대체'라는 말은 향을 복제한다는 뜻이 아니라, 요리에서 송이가 맡던 역할을 나눠 맡긴다는 뜻으로 보는 게 맞다.
가을 버섯은 예부터 '일 송이, 이 능이, 삼 표고'로 줄 세워졌다. 향과 맛의 서열이지 쓰임의 서열은 아니다. 집밥에서는 오히려 뒤쪽 버섯들이 더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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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나 조림, 솥밥처럼 '맛을 배게 하는' 요리라면 표고가 1순위다. 표고는 감칠맛 성분이 진해서, 생표고든 불린 건표고든 넣는 것만으로 국물 깊이가 달라진다. 특히 말린 표고는 생것보다 향이 더 농축돼 있어, 버섯 솥밥이나 전골에 한두 개만 넣어도 존재감이 크다.
값도 부담이 적다. 도매 경매 기준으로 표고(일반)는 1㎏에 9천 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소매는 이보다 높지만, 송이 1등품이 ㎏당 170만 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다른 세계다. 건표고를 쓸 때는 미지근한 물에 20~30분 불린 뒤, 그 물을 버리지 말고 국물에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두 배가 된다.
씹는 맛이 핵심인 요리에는 새송이가 좋다. 새송이는 이름과 달리 송이가 아니라 큰느타리버섯으로, 유럽 원산의 인공재배 버섯이다. 향은 송이처럼 진하지 않지만 은은해서 어떤 음식에도 무난하게 붙는다.
진가는 두툼하고 쫄깃한 식감이다. 결대로 도톰하게 썰어 올리브유와 소금만으로 구우면 고기 못지않은 반찬이 되고, 소고기 구이에 곁들이면 더 좋다. 볶음이나 국물에는 관자처럼 쫄깃한 재료와 함께 쓰면 식감이 산다.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살짝만 익혀야 물러지지 않는다. 가격은 도매 기준 1㎏에 4천 원 안팎으로, 가을 버섯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축이다.
결이 찢어지는 식감을 원하면 느타리와 만가닥버섯이다. 향은 약한 편이라 볶음, 들깨탕, 전골처럼 다른 양념과 어우러지는 요리에 어울린다. 여러 버섯을 섞는 모둠버섯 솥밥에 표고·새송이와 함께 넣으면 식감이 다채로워진다.
능이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 능이'라 불릴 만큼 숲 향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하지만, 능이 역시 가을에만 나고 값이 송이에 버금간다. 저렴한 대체재가 아니라 '송이와는 다른 고급 향'을 원할 때 선택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보통은 능이백숙처럼 향을 전면에 내세우는 요리에 쓴다.
정리하면 선택은 '무슨 요리인가'로 갈린다.
가장 알뜰한 조합은 새송이와 표고를 함께 쓰는 것이다. 새송이로 식감을, 표고로 감칠맛을 맡기면 둘이 합쳐 1만 원 남짓으로도 가을 버섯밥 한 솥이 나온다. 송이를 포기한 게 아니라, 요리에 맞게 역할을 다시 배분했다고 생각하면 식탁이 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