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항을 서로 공격하면서 국제 밀 선물가가 연초 대비 4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제분·식품업계가 미리 확보한 재고와 선계약 덕분에 라면·빵 가격에는 몇 달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소비자는 곡물 선물가와 원/달러 환율, 업계 재고 소진 시점을 함께 보면 인상 시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국제 밀값을 흔든 진앙은 흑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를 반복 공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능력은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밀이 빠져나가는 아조우해 항로를 공격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공방이 격화된 7월 하순 이후 물량 차질은 숫자로 드러난다. 러시아의 7월 밀 수출량은 1년 전보다 30% 줄어든 150만t에 그칠 전망이고, 우크라이나는 대체 운송로를 모두 동원해도 기존 물량의 절반 남짓만 처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은 3000만t이 넘는 물량이 국제시장에 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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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선물가는 7월 22일 부셸당 7.06달러로 연초 대비 39%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옥수수는 약 11%, 대두는 약 20% 상승했다. 곡물값이 한꺼번에 뛴 이유는 전쟁 하나가 아니다.
북반구를 덮친 폭염과 가뭄이 겹쳤다. 미국 겨울밀 작황은 195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럽연합의 곡물 생산도 900만t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을 흔드는 요인이 전쟁과 날씨 양쪽에서 동시에 작동한 셈이다.
밀가루와 설탕은 라면·과자·빵 제조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원료값이 오르면 제품값도 오르는 게 상식이지만, 실제 반영은 즉시가 아니라 시차를 두고 일어난다. 제분·식품업계가 원료를 미리 계약하고 재고로 쌓아두기 때문이다.
5월 기준으로 국내에 확보된 식용 밀은 156만t으로 11월 하순까지 쓸 수 있는 양이었다. 대두는 11월 중순, 사료용 곡물은 10월 중순까지 버틸 물량이 잡혀 있었다. 지금 오른 국제가가 소비자 가격으로 넘어오려면 이 재고가 소진되고, 새 계약분이 유가·환율을 거쳐 들어오는 하반기를 지나야 한다.
| 품목 | 확보 물량 | 소진 예상 시점 |
|---|---|---|
| 식용 밀 | 156만t | 11월 하순 |
| 대두 | 49만t | 11월 중순 |
| 사료용 곡물 | 555만t | 10월 중순 |
앞선 사례도 이 시차를 보여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국제 밀값이 뛰었을 때도 국내 라면·과자·빵 가격 인상은 몇 달 뒤에 이어졌다. 한 가지 더 기억할 점은 방향이 비대칭이라는 것이다. 원료값이 내려도 제품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소비자가 매장 진열대만 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음 지표를 함께 보면 인상 압력이 언제쯤 현실이 될지 가늠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이렇다. 선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하반기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선물가만 잠깐 튀고 환율이 안정적이라면 업계가 재고로 흡수할 여지가 남는다. 지금은 전쟁과 폭염이 겹쳐 선물가 상승이 단발성으로 끝날 국면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