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쇼는 끓이는 음료가 아니라 약불로 데우는 음료라, 끓는 순간 알코올과 향이 날아가고 껍질에서 쓴맛이 돈다. 와인 한 병에 오렌지·사과와 시나몬·정향·팔각을 넣고 65~71도에서 15~20분만 데우면 저렴한 와인으로도 카페 맛에 가까워진다. 흰 속껍질을 걷어내는지, 무알코올은 포도주스로 대체하는지, 보관은 향신료를 건져 냉장 3~4일인지 확인하면 된다.
카페 뱅쇼를 집에서 재현하려다 쓰고 밍밍한 맛이 났다면, 레시피보다 불 세기가 원인일 때가 많다. 뱅쇼는 끓이는 음료가 아니라 데우는 음료다. 이 한 가지만 지켜도 절반은 성공한다.
비싼 와인도 필요 없다. 과일과 향신료 비율, 넣는 순서, 데우는 시간만 맞추면 집에서도 카페와 비슷한 향을 낼 수 있다. 순서대로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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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미디엄에서 풀바디의 드라이 레드가 무난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계열이 여기 든다. 요리책과 레시피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것은 1만 원 안팎의 데일리 와인이다. 단맛은 설탕이나 꿀로 따로 맞추기 때문에 처음부터 단 와인보다 드라이한 쪽이 조절하기 쉽다. 반대로 개봉한 지 오래됐거나 오크 숙성이 강한 와인은 맛을 텁텁하게 만들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비율은 와인 한 병(750ml)을 기준으로 잡으면 외우기 쉽다.
향신료는 가루 대신 통으로 쓴다. 다 데운 뒤 건져내기 쉽고, 맛도 더 깔끔하게 떨어진다.
재료가 준비됐다면 순서는 단순하다.
먼저 과일을 손질한다. 오렌지는 양 끝을 잘라내고 흰 속껍질이 많이 붙지 않게 슬라이스한다. 사과는 심을 빼고 큼직하게 썬다.
냄비에 와인을 붓고 과일, 향신료, 감미료를 한꺼번에 넣는다. 그다음 약불로 천천히 온도를 올린다.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올라오고 김이 피어오르면 그 직전 상태를 유지하도록 불을 더 낮춘다.
이 상태로 15~20분 데운다.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줄인다. 마지막에 향신료와 과일을 모두 건져내고 머그에 담으면 끝이다.
쓴맛의 원인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온도, 하나는 손질이다.
와인이 끓으면 향이 날아가고 껍질과 정향에서 탄닌이 진하게 우러나 쓴맛이 남는다. 알코올은 대략 78도부터 증발하기 시작하므로, 끓기 직전인 65~71도 사이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가열 시간이 20분을 넘기면 같은 문제가 생기니 시간을 지키는 편이 안전하다.
손질에서는 오렌지와 레몬의 흰 속껍질(알베도)이 범인이다. 이 부분이 많이 들어가면 데우는 시간과 상관없이 쓴맛이 돈다. 껍질째 넣되 흰 부분은 최대한 걷어내자.
알코올이 걱정된다면 수치로 가늠할 수 있다. 약불로 15~20분 데우면 알코올은 원래 도수의 절반 조금 넘게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13도 와인이라면 6~7도 수준이다. 더 날리고 싶으면 오래 끓이면 되지만, 그만큼 향과 맛도 둔해지는 맞교환이 생긴다.
술을 아예 빼고 싶다면 와인 대신 100% 포도주스나 크랜베리주스를 쓰면 된다. 같은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데우면 향은 거의 그대로 살아난다. 홍차 티백을 하나 더하면 떫은 듯한 깊이가 생겨 밋밋함을 덜 수 있다.
남은 뱅쇼는 과일과 향신료를 모두 건져낸 뒤 밀폐해 냉장하면 3~4일 정도 둘 수 있다. 다시 마실 때도 약불로 데우고, 이때도 끓이지 않는다. 처음 만들 때 지킨 원칙이 재가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