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간단 레시피인지는 재료 수, 조리 시간, 설거지 양 세 가지로 가를 수 있다. 조리 시간만 짧은 10분 레시피도 팬과 그릇을 여러 개 쓰면 실제로는 번거롭다. 냉장고 재료로 바로 응용하려면 단백질 하나, 손질 없는 냉동 채소, 한 팬 조리 순서로 좁혀 보면 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요리할 기운이 많지 않다. 이때 레시피를 고르는 기준은 맛있어 보이는가가 아니라 세 가지여야 한다. 재료 수, 조리 시간, 설거지 양이다. 이 세 가지가 적을수록 실제로 만들어 먹을 확률이 올라간다.
재료 수는 장보기와 손질의 양을 결정한다. 한 자료의 15분 레시피 세 가지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 메뉴 | 재료 수 | 조리 시간 | 뒷정리 |
|---|---|---|---|
| 간편 닭고기 볶음밥 | 6종 | 약 10분 | 팬·그릇 2개 |
| 스테이크·버섯·시금치 | 9종 | 10~15분 | 한 팬 |
| 저탄수 치킨 쿠스쿠스 | 7종 | 10~15분 | 콜리플라워 갈기 필요 |
세 메뉴의 숫자가 따로 논다는 점이 핵심이다. 재료가 가장 적은 볶음밥은 뒷정리가 더 많고, 재료가 가장 많은 스테이크 요리는 한 팬에서 끝난다. 재료가 중간인 쿠스쿠스는 콜리플라워를 미리 갈아야 해 사전 손질이 번거롭다. 그래서 한 가지 숫자만 보고 간단하다고 판단하면 틀리기 쉽다.
Photo by Ravi Sharma on Unsplash
조리 시간은 가장 눈에 띄는 숫자지만, 가장 속기 쉬운 숫자이기도 하다. 레시피에 적힌 시간은 대개 불 앞에서 익히는 시간만 센다. 재료를 불리고 썰고 그릇을 꺼내는 준비 시간은 빠져 있다.
위 표의 닭고기 볶음밥은 조리 시간이 약 10분이지만 팬과 달걀 푸는 그릇을 함께 쓴다. 숫자상 10분이어도 설거지는 두 개로 늘어난다. 반대로 스테이크 요리는 재료가 더 많아도 한 팬에서 끝나 뒷정리가 단출하다. 그래서 설거지 양을 따로 봐야 한다. 원팬이나 원볼로 끝나는 메뉴는 조리와 뒷정리 시간을 한꺼번에 줄여 준다. 서툰 사람일수록 이 세 번째 기준의 효과가 크다.
분량도 숨은 변수다. 소개되는 레시피는 닭고기 400g, 현미밥 4컵처럼 4인분 기준인 경우가 많다. 1~2인 가구는 재료를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데, 양이 줄면 익히는 시간과 설거지도 함께 줄어든다. 처음에는 레시피 분량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내가 한 끼에 먹을 양으로 환산해 보는 습관이 낭비를 줄인다.
기본 메뉴라고 다 빠른 것도 아니다. 미역국이 그런 경우다. 끓이는 일 자체는 간단해도, 마른미역을 불리는 숨은 시간이 붙는다. 맹물에 몇 시간씩 담그면 영양소가 빠져나가고,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한 스푼 넣으면 불리는 시간을 10분 안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10분을 넘겨 담그면 미역이 너무 퍼진다.
여기에 볶고 끓이는 시간까지 더하면 미역국은 20분에 빠듯하다. 목표가 20분이라면 같은 미역이라도 응용이 낫다. 마른미역 30g을 불리지 않고 가위로 잘라 식용유에 1~2분만 볶으면 미역자반이 되고, 불린 미역을 끓는 물에 10초만 데치면 무침이나 샐러드가 된다. 불리기라는 숨은 단계를 건너뛰는 선택이 곧 시간을 버는 선택이다.
기름 다루는 법도 시간과 안전에 영향을 준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발연점이 약 160~170도로 낮아 센 불에서 금세 탄다. 재료를 처음부터 참기름에 볶기보다, 물이나 육수로 먼저 익히고 참기름은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 편이 타지 않고 향도 산다. 한 번 눌어붙으면 설거지도 그만큼 고단해진다.
기준을 잡았다면 냉장고를 열고 아래 순서로 좁히면 된다.
예를 들어 냉동 새우 한 줌에 냉동 채소믹스를 넣고 밥을 볶으면, 재료는 세 가지에 팬 하나,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세 기준을 모두 통과하는 조합이다. 이렇게 틀을 잡아 두면 특별한 레시피를 외우지 않아도 단백질 하나에 냉동 채소, 한 팬이라는 공식으로 매번 다른 저녁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완벽한 한 끼가 아니라, 퇴근 후에도 실제로 손이 가는 난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