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2월 설탕 담합을 이유로 제당 3사에 4083억원의 과징금을 매겼지만, 이 돈은 국고로 들어가지 소비자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담합 대상이 기업 간 납품가격이었고 담합 기간 쌓인 상승폭에 비해 인하가 제한적이라, 가정용 설탕값이 곧바로 내려가길 기대하긴 어렵다. 소비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가격 기대보다 사용량 점검과 용도별 대체재 선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2월 12일 설탕 담합을 이유로 제당 3사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제재 총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큰 숫자를 보면 '그럼 설탕값이 내려가겠네'라고 기대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기대는 접는 편이 낫다. 과징금은 국가가 걷는 돈이라 국고로 들어가지, 비싸게 설탕을 산 소비자에게 환급되지 않는다. 과징금과 내 장바구니 사이에는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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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대상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원, 삼양사 1302억원, 대한제당 1273억원 수준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 회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맞췄다. 원당 가격이 움직일 때마다 직급별로 모이거나 연락해 공급가격을 조절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담합한 가격이 주로 기업 간 납품, 즉 B2B 거래 가격이었다는 점이다.
설탕은 가정에서 봉지로 사기도 하지만, 훨씬 큰 물량은 제과·제빵·음료·식품 회사로 납품된다. 이번 담합은 그 납품가격 영역에서 벌어졌다. 그래서 과징금이 나왔다고 마트 설탕 가격표가 바로 바뀌는 구조가 아니다.
체감이 어려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공정위는 담합 기간 설탕 가격 상승폭이 최대 66.7%에 달했다고 봤다. 그런데 그동안 누적된 상승폭에 비해 최근의 인하 수준은 제한적이라, 소비자가 '싸졌다'고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세 회사 중 두 곳은 과징금 납부 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상태라, 금액 자체도 아직 법적으로 다투는 중이다.
정리하면 이번 제재는 잘못된 행위를 벌한 것이지, 소비자 가격을 당장 끌어내리는 조치가 아니다. 사실과 기대를 분리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정위가 3사에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현황을 보고하도록 한 만큼, 적어도 같은 방식의 담합이 반복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가격 인하보다는 감시가 강화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가격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대신 통제할 수 있는 쪽을 보는 게 현실적이다.
먼저 사용량을 점검한다. 설탕은 조림, 볶음, 베이킹, 음료까지 폭넓게 쓰여 무심코 양이 늘기 쉽다. 평소 레시피에서 설탕을 한두 스푼 줄여도 맛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한 번은 줄여서 간을 보는 것부터 시작할 만하다.
대체재는 용도로 갈라 고르면 실패가 적다. 조림이나 볶음처럼 윤기와 끈기가 필요하면 올리고당이나 물엿이 어울린다. 칼로리나 혈당이 신경 쓰이면 알룰로스나 에리스리톨 계열이 선택지인데, 이들은 단맛은 내지만 열을 가하거나 부풀리는 베이킹에서는 설탕만큼 부피가 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커피나 차에 넣는 용도라면 소량의 액상 감미료가 간편하다.
기준은 간단하다. 가열해서 윤기를 낼 요리인지, 부풀려야 하는 베이킹인지, 그냥 단맛만 더하면 되는지를 먼저 따진 뒤 거기에 맞는 재료를 고르는 것이다. 담합 뉴스가 바꿀 수 없는 건 가격이지만, 내 설탕 소비는 오늘부터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