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9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었고 소비자물가 중 석유류는 14.8% 올랐지만 농산물은 오히려 4.0% 내렸다. 기름값은 운송비와 석유화학 포장재를 거쳐 3~6개월 시차를 두고 가공·수입 식품값에 반영되기 때문에 품목마다 반응이 다르다. 포장이 복잡하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부터 오르기 쉬우니 국산 제철·기본 식재료로 바꿔두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9월 16~1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2.43달러, 브렌트유는 105.83달러, 두바이유는 128.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이후 넉 달 만의 100달러 재돌파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운 것이 배경이다.
유가가 오르면 왜 먹거리 값이 흔들릴까. 기름값은 세 갈래로 식품 원가에 스며든다. 첫째는 운송비다. 수입 원재료를 실어오는 해상운임에 유류할증료가 붙고, 국내 공장에서 매장까지 옮기는 냉장·냉동 차량 운행비가 오른다. 둘째는 포장재다. 페트병과 비닐, 플라스틱 용기는 석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가 원료다. 나프타 가격은 4월 톤당 1,063.1달러에서 6월 708.4달러로 떨어졌다가 9월 다시 800달러대로 올라섰다. 셋째는 공장을 돌리는 가스·전기 같은 에너지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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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시차다. 식품 기업들은 보통 3~6개월치 원자재를 미리 계약하거나 재고로 쌓아둔다. 그래서 유가가 오늘 올라도 당장 모든 제품값이 뛰는 건 아니고, 기존 재고가 바닥난 뒤부터 원가 상승이 본격화된다.
실제 물가 지표도 품목마다 온도차가 크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이 가운데 석유류는 14.8% 뛰었지만, 가공식품은 2.1%, 농산물은 오히려 4.0% 내렸다. 수산물(4.5%)과 축산물(3.7%)은 올랐다. 즉 기름값이 모든 먹거리를 똑같이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품목의 구조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포장과 운송 비중이 큰 제품일수록 유가에 민감하다. 음료는 페트병, 라면·과자·간편식은 필름과 파우치처럼 석유화학 포장재를 많이 쓴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식용유나 가공식품은 해상운임 상승을 그대로 떠안는다. 냉장·냉동으로 유통하는 제품도 운송 에너지 비용이 더 붙는다.
올해 상반기 인상도 이쪽에 몰렸다. CJ제일제당은 햇반·만두 등 27개 품목을 평균 8%, 농심은 용기라면 등을 평균 5.8%,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펩시 등 44개 품목을 평균 5.3% 올렸다. 오뚜기는 즉석밥·간편식 일부를 최대 29.4%까지 조정했다.
반대로 제철 국산 농산물은 유가보다 날씨와 수급에 더 좌우된다. 9월 농산물값이 내린 것도 유가와는 다른 흐름이다. 다만 유가 상승이 길어지면 고환율, 곡물가 상승과 겹쳐 결국 전반적인 비용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열어둬야 한다.
가격 흐름을 완전히 피할 순 없지만, 선택을 조금 바꾸면 충격은 줄일 수 있다.
유가가 100달러대에 머무는 동안에는 재고가 빠지는 품목부터 가격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장을 볼 때 포장과 산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당분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