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메뉴가 매일 막막한 이유는 끼니마다 백지에서 다시 고르기 때문이다. 국·메인·반찬의 자리를 정해두고 조리법과 맛, 색이 겹치지 않게 채우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냉장고 재료를 순서대로 소진하고 단백질만 돌려가며 상비 반찬을 두면 며칠 식단이 겹치지 않는다.

집밥 메뉴가 매일 고민인 건 메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끼니마다 백지에서 다시 고르기 때문이다. 자리를 먼저 정해두면 선택지가 확 줄어든다. 한 끼를 국, 메인, 반찬이라는 정해진 칸에 채워 넣는 방식이다.
기준은 하나다. 한식 상차림은 원래 반찬을 고를 때 조리법이나 주재료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짜고, 색과 영양도 함께 본다. 이 원칙만 일상 밥상에 옮겨도 매번 비슷한 상이 나오는 문제가 줄어든다.

Polina Tankilevitch
평일 한 끼는 네 자리로 충분하다. 국이나 찌개 하나, 단백질 메인 하나, 채소 반찬 하나, 오래 두고 먹는 상비 반찬 하나다.
| 자리 | 고르는 기준 | 예시 |
|---|---|---|
| 국·찌개 | 자투리 채소·해물 소진 | 콩나물국, 된장찌개 |
| 메인(단백질) | 고기·생선·두부·달걀 중 하나 |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
| 채소 반찬 | 메인과 조리법 겹치지 않게 | 나물, 생채 |
| 상비 반찬 | 보관성 좋은 것 | 장조림, 진미채볶음 |
핵심은 조리법을 겹치지 않게 배치하는 것이다. 메인이 볶음이면 반찬은 무침이나 조림으로, 메인이 기름진 구이면 반찬은 담백하고 새콤한 쪽으로 대비를 준다. 볶음에 볶음, 부침에 전을 겹치면 상 전체가 무거워진다.
메뉴를 정할 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부터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낭비가 적고 장보기도 쉬워진다. 순서가 있다.
먼저 빨리 상하는 재료를 확인한다. 잎채소나 생선처럼 오래 못 두는 것을 이번 끼니에 쓸 계획부터 세운다. 그다음 메인 단백질을 정하고, 어떤 조리법으로 낼지 고른다. 메인이 정해지면 그 조리법과 겹치지 않는 채소 반찬을 채우고, 국은 남은 자투리 채소나 해물로 마무리한다. 순서를 지키면 재료가 남아 버려지는 일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돼지고기, 애호박, 콩나물, 달걀, 김치가 있다고 하자. 국은 콩나물국, 메인은 제육볶음으로 잡는다. 메인이 매운 볶음이니 반찬은 조리법과 맛을 달리해 애호박 나물과 달걀찜으로 채운다. 볶음, 무침, 찜으로 조리법이 겹치지 않고 매운맛과 순한맛이 나뉜다. 김치는 상비 반찬으로 그대로 올린다.
같은 재료라도 자리를 바꾸면 다른 끼니가 된다. 가장 쉬운 건 단백질 교체다. 첫날 고기, 다음 날 생선, 그다음 두부나 달걀로 메인만 돌려도 상 전체의 인상이 달라진다.
재료를 이어 쓰는 것도 방법이다. 샐러드에 쓰고 남은 채소를 이틀 뒤 볶음밥에 넣고, 남은 닭가슴살을 다음 끼니에 다른 요리로 옮기는 식이다. 한 재료를 하루는 볶음, 하루는 국으로 조리법만 바꿔도 반복 느낌이 덜하다.
여기에 보관성이 좋은 밑반찬 두세 가지를 상비해두면 부담이 더 줄어든다. 감자조림이나 장조림, 진미채볶음처럼 며칠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미리 만들어두고, 매일 바뀌는 건 국과 메인만으로 좁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 끼니 새로 고민할 자리가 두 칸으로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