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알려진 제분사 6곳 최대 2100억 과징금 건은 사람이 먹는 밀가루가 아니라 가축 사료용 부산물(소맥피) 담합 혐의로, 아직 심의 착수 단계다. 라면·빵값과 직접 닿는 것은 지난 5월 6710억 원이 확정된 소맥분 담합과 그에 따른 가격 재결정 명령이다. 라면·빵값은 출고가 인하가 소매가로 이어지는지, 축산물값은 사료 경로를 수개월에 걸쳐 확인하면 된다.

10월 14일 "제분사 6곳, 최대 2100억 과징금" 소식이 전해졌다. 밀가루 가공식품을 자주 사는 입장에선 라면·빵값이 또 들썩이나 싶지만, 이번 건은 결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품목은 사람이 먹는 밀가루가 아니라 소맥피·등외분 같은 '사료용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빻고 남은 찌꺼기로, 주로 가축 배합사료 원료로 쓰인다.
게다가 2100억 원은 확정된 과징금이 아니다. 공정위 사무처가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한탑, 사조동아원, 사조대림 6곳에 심사보고서를 보내 심의에 착수한 단계이고, 2100억 원은 관련 매출 약 1조4000억 원에 기준율을 단순 적용한 상한 추정치일 뿐이다. 최종 판단과 제재 수위는 앞으로 심의에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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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동을 부르는 이유는 지난 5월에 '진짜 밀가루' 담합이 역대급 규모로 제재됐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품목도 단계도 다르다.
| 구분 | 밀가루(소맥분) 담합 | 부산물(소맥피) 담합 |
|---|---|---|
| 대상 품목 | 라면·제빵용 B2B 밀가루 | 소맥피 등 사료 원료 |
| 과징금 | 6710억(5월 확정) | 최대 2100억(추정·미확정) |
| 처리 단계 | 제재 완료 | 심의 착수 |
| 담합 기간 | 2019~2025년 약 6년 | 2017~2025년 약 8년반 |
5월 사건에서 공정위는 7개 제분사에 역대 최대인 6710억 원을 부과했다. 라면·국수·제과·제빵업체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용 밀가루 가격을 짰고, 그 결과 밀가루값이 2019년 말 대비 2022년 9월에 업체별로 38~74%까지 뛰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었다.
경로를 나눠 보면 이번 부산물 건이 왜 라면·빵과 먼지 분명해진다. 소맥피 값은 배합사료 원가를 거쳐 축산 농가 비용으로 이어진다. 영향이 간다면 돼지고기나 계란, 우유 같은 축산물 쪽이다. 그마저도 사료에서 소맥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부인 데다, 최종 축산물 값까지는 시차가 커서 체감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반면 라면·빵과 직접 닿는 통로는 5월에 제재된 소맥분 담합이다. 공정위는 이때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으라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함께 내렸다. 이 명령이 이행돼 기업용 밀가루 출고가가 내려가면, 제면·제빵업체의 원가가 낮아지고 그다음에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여지가 생긴다. 다만 가공식품 값은 밀가루 외에 원맥 시세, 인건비, 포장재가 함께 얽혀 있어, 밀가루값이 내린다고 라면·빵값이 그만큼 바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확인 기준은 품목별로 다르다.
라면·빵값이 궁금하다면 이번 부산물 담합 뉴스가 아니라, 5월 밀가루 담합의 가격 재결정 명령이 실제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그 흐름은 출고가 조정 발표, 제빵·제면업체 납품가, 마지막으로 소매 가격 순으로 수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축산물 가격이 궁금하다면 이번 부산물 건이 관련은 있지만, 반영은 간접적이고 더디다.
한 가지 더. 이번 부산물 사건은 아직 심의 단계라 제재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가격 영향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자극적인 금액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뉴스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