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미끼상품과 시식 코너는 손님이 더 사도록 설계된 장치라, 매장에서 고르기 시작하면 식비가 는다. 집 냉장고 점검으로 필요 품목을 먼저 정하고, 전단에서 미끼와 진짜 필요품을 가른 뒤, 단위가격으로 비교하는 순서로 바꾸면 충동구매가 줄어든다. 담기 전 유통기한과 보관 자리, 낱개 가격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로 마지막에 한 번 더 거른다.
장바구니에 몇 개만 담으려다 10만 원을 쓰고 나온 경험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대형마트 매장은 손님이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매대를 지나도록 설계돼 있다. 마진을 포기한 미끼상품으로 발길을 끌고, 시식 코너로 지갑을 연다. 이 구조를 이기는 방법은 하나다. 고르는 순서를 매장이 아니라 집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Photo by Ello on Unsplash
행사 전단을 보기 전에 집 냉장고와 실온 보관칸을 먼저 확인한다. 이미 있는 재료,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를 적어두고 이번 주에 그걸로 뭘 해 먹을지 대략 정한다.
그다음 "부족한 것"만 목록으로 만든다. 계란이 떨어졌고 양파가 하나 남았다면, 목록에는 계란과 양파만 오른다. 전단에 아무리 싼 상품이 많아도 목록에 없으면 일단 후보가 아니다. 이 순서가 깨지면 "싸니까 산다"가 "필요하니까 산다"를 밀어낸다.
가는 날도 미리 정해두면 좋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쉬는 곳이 많지만, 서울 서초구나 대구처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역도 적지 않다. 휴무일에 헛걸음하거나 "온 김에 더 사자"가 되는 상황을 모두 줄이려면, 자주 가는 점포의 쉬는 날을 확인하고 목록을 들고 한 번에 다녀오는 편이 낫다.
할인 전단의 한정판매 상품 상당수는 로스리더, 즉 마진을 포기하고 싸게 파는 미끼상품이다. 이마트가 피자를 싸게 파는 동안 손님이 매장을 한 바퀴 돌게 되는 식이다. 미끼상품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게 내 목록에 있던 품목이면 이득이고, 목록에 없던 거라면 함정이다.
1+1과 묶음 상품은 따로 계산한다. 1+1은 하나 더 받는 느낌 때문에 이득처럼 보이지만, 낱개 가격을 확인하면 개당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두 개를 유통기한 안에 다 먹을 수 있는지도 같이 따진다.
용량이 다른 상품은 가격표의 총액이 아니라 100g이나 100ml당 가격으로 비교한다. 예를 들어 500g에 5,000원인 제품과 900g에 8,100원인 제품은 총액은 뒤쪽이 비싸 보여도 100g당 1,000원 대 900원으로 뒤쪽이 더 싸다. 반대로 대용량이 늘 유리한 것도 아니니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단위가격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앱을 쓰면 매대 앞에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유통사끼리도 비교한다. 마트는 그 주의 테마를 바꿔가며 행사를 돌린다. 한 곳은 PB상품전, 다른 곳은 제철 과일 균일가전을 거는 식이라 같은 날에도 싼 품목이 다르다. 자주 사는 품목 서너 개만 전단으로 비교해 두면 충분하다. 공복에 장을 보면 고칼로리 식품에 더 끌리니 식사 뒤에 가고, 넓은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들면 담는 양이 줄어든다.
계산대로 가기 전, 카트에 든 식품마다 아래를 확인한다. 하나라도 "아니오"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식비를 줄이는 건 덜 사는 게 아니라 버리지 않는 것이다. 마트에서 아낀 몇천 원도 냉장고 안에서 상해 버리면 그대로 손해다. 행사는 매주 돌아온다. 이번에 놓쳐도 다음 주에 비슷한 가격이 다시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