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6년간 B2B 밀가루 공급가격을 담합한 제분사 7곳에 역대 최대인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대상은 식품회사에 대량 공급하는 밀가루이고, 흔히 함께 거론되는 제분 부산물인 밀기울은 대부분 사료로 쓰여 소비자 식탁과는 거리가 있다. 가격 인상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담합이 B2B 단계에서 벌어졌고 완제품 원가에서 밀가루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2026년 5월 제분사 7곳에 과징금 6,710억 원을 물렸다.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 마트 밀가루 값을 떠올렸다면 초점이 조금 어긋나 있다.
담합 대상은 우리가 봉지로 사는 밀가루가 아니라, 제과·제빵·제면 업체에 대량으로 넘기는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의 공급 가격과 물량이었다.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7개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가격을 맞췄다. 이들의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87.7%에 이른다.
Photo by James Ahlberg on Unsplash
'밀가루 부산물'이라는 말이 헷갈린다면 제분 과정을 떠올리면 된다. 밀알을 빻으면 흰 밀가루만 나오는 게 아니라 겉껍질과 배아가 함께 떨어져 나온다. 이 껍질 부분이 밀기울이고, 대표적인 제분 부산물이다.
밀기울의 주된 용도는 식탁이 아니라 축사다. 국립식량과학원 자료를 보면 제분 후 남는 밀 껍질은 주로 가축 사료로 쓰인다. 다만 식이섬유와 칼슘·철·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해, 최근에는 이를 기능성 식품 소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통밀빵이나 시리얼에 들어가는 밀기울이 그런 쪽이다.
정리하면 부산물 자체가 이번 담합의 대상은 아니다. 담합은 밀가루 본품 쪽에서 벌어졌고, 부산물은 대체로 사료와 일부 가공 원료로 흘러간다.
연결 고리는 부산물이 아니라 B2B 밀가루다. 담합으로 B2B 밀가루 값이 높게 유지됐다면, 그 밀가루를 쓰는 빵·과자·라면·냉동식품의 원가가 그만큼 올랐을 수 있다. 공정위가 본 관련 매출만 약 5조 7천억 원 규모다.
문제는 이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표에 '밀가루값'이라고 따로 찍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품 회사가 원가 상승을 제품값에 반영할지, 용량을 줄일지, 자체 흡수할지는 회사마다 다르다. 같은 담합이라도 제품에 따라 체감 폭이 다른 이유다.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담합이 B2B 단계에서 벌어져 최종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둘째, 완제품 가격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건비·임대료·포장비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 인상분이 여러 항목에 묻힌다. 셋째, 흔히 함께 거론되는 부산물은 사료용이라 애초에 장바구니 물가와 거리가 있다.
이번 제재가 눈길을 끈 또 다른 이유는 반복성이다. 공정위는 2006년에도 제분업체 8곳에 434억 원의 과징금을 매긴 적이 있다. 약 20년 만에 사실상 같은 사업자들이 다시 적발된 셈이다. 당장 라면값이 내려가진 않더라도, B2B 원가 담합이 결국 소비자 쪽으로 번진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