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여러 재료를 손으로 말아 상온에 두는 음식이라 손에서 옮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번지기 쉽고, 이 균이 만든 독소는 한 번 생기면 끓여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예방의 핵심은 사후 가열이 아니라 밥과 속재료를 식혀 담고 조리 후 2시간 안에 먹거나 바로 냉장하는 것이다. 상온에 오래 뒀거나 차 안·햇빛에 방치한 김밥은 냄새나 맛과 상관없이 버려야 한다.
김밥은 식중독에 특히 취약한 음식이다. 밥과 달걀, 햄, 어묵, 채소를 한 번에 손으로 말아 상온에 두고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서도 2020년 이후 살모넬라 식중독의 주요 원인 식품에 김밥과 도시락 같은 복합조리식품이 올라 있다.
재료가 여럿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그중 하나만 오염돼도 말리는 과정에서 다른 재료로 균이 옮는다. 특히 맨손으로 말면 손에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김밥으로 넘어가 빠르게 번식한다.
더 성가신 건 이 균이 만드는 독소다. 균 자체는 가열하면 죽지만, 음식 안에서 한 번 만들어진 독소는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상한 것 같으면 데워 먹으면 되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김밥은 사후 대처보다 처음부터 균이 늘지 않게 막는 쪽이 핵심이다.
Photo by Rachel Schoenberger on Unsplash
첫 단계는 밥이다. 뜨거운 밥을 그대로 말면 김밥 속이 보온병처럼 온기를 품어, 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 구간에 오래 머문다. 밥은 넓은 쟁반에 펴서 한 김 식힌 뒤 사용하는 게 좋다.
달걀 지단은 살모넬라 위험이 큰 재료다. 중심 온도가 75도에 이르도록,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한다. 다른 속재료도 익힐 것은 충분히 익혀 식혀서 넣고, 생채소는 흐르는 물에 씻는다. 칼과 도마는 채소용과 육류용을 구분하고, 김발은 세제와 흐르는 물로 자주 씻는다.
손도 관리 대상이다. 김밥을 다 만든 뒤에는 가급적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위생장갑을 쓴다. 손에 상처가 있거나 화농성 질환이 있다면 그날은 조리를 맡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다 쌌다면 시간 싸움이다. 조리 후 2시간 안에 먹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바로 먹지 못할 상황이면 상온이 아니라 냉장 보관으로 넘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10도 이하에서는 독소를 거의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보관처는 자동차다. 트렁크 안은 바깥보다 약 6도 높아진다. 식약처 연구에서 36도 트렁크에 둔 김밥은 황색포도상구균이 6시간 안에 10만 마리까지 늘었다. 10만 마리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 수다. 햇빛이 드는 창가도 비슷하게 위험하다.
보냉가방을 쓴다면 얼린 젤팩이나 아이스팩을 한두 개 함께 넣는다. 가방만 믿기보다 안을 실제로 차갑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기온이 높은 날에는 2시간보다 더 짧게 잡아야 한다.
| 보관 상태 | 대략의 온도 | 기준 |
|---|---|---|
| 실내 상온 | 20도 이상 | 2시간 안에 섭취 |
| 자동차 트렁크 | 36도 수준 | 보관 금지 |
| 냉장 | 10도 이하 | 독소 생성 억제 |
가장 흔한 오해가 "쉰내가 안 나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황색포도상구균 독소는 눈이나 코로 알아채기 어렵고, 앞서 봤듯 데워도 사라지지 않는다. 멀쩡해 보이고 냄새가 나지 않아도 이미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버릴지 말지는 냄새가 아니라 시간과 온도로 판단한다. 상온에 2시간, 더운 날이라면 그보다 짧게 방치된 김밥, 차 안이나 햇빛에 놓였던 김밥은 냄새와 상관없이 버린다.
황색포도상구균 식중독은 먹고 나서 평균 3시간 안팎으로 증상이 빨리 온다. 구토나 복통이 있으면 물이나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설사나 발열이 심하면 병원을 찾는다. 아까운 마음에 하나 더 먹기보다, 의심스러운 김밥은 버리는 쪽이 늘 더 싸게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