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대화 기대로 하루 7% 넘게 급락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104달러대로 내려왔다. 유가는 2~3주면 주유소에 반영되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 닿기까지는 통상 4~6개월이 걸리고, 높은 환율과 한 번 오른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하락을 더 늦춘다. 당장은 신선식품과 운송비 민감 품목부터 가격을 지켜보되, 가공식품 할인을 기다려 미리 사둘 이유는 크지 않다.

11월 2일 현지 시각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7% 넘게 떨어졌다. 브렌트유 12월물은 7.63% 내린 배럴당 104.77달러, WTI는 7.36% 내린 96.46달러로 마감했다. 바로 직전인 10월 30일 중동 갈등 우려로 117달러까지 치솟았던 걸 감안하면 낙폭이 크다.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기대가 이른바 전쟁 프리미엄을 단숨에 걷어냈다.
유가는 장바구니에 크게 세 갈래로 닿는다. 첫째는 운송비다. 농수산물과 완제품을 옮기는 트럭과 선박 연료가 기름값에 직접 묶여 있다. 둘째는 포장재다. 라면 봉지, 과자 비닐, 음료 페트병의 원료인 나프타가 원유 가격에 민감하다. 셋째는 일부 원재료 자체로, 식용유처럼 유가나 곡물가와 함께 움직이는 품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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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속도다. 석유류는 보통 2~3주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반면 가공식품은 생산과 유통을 거치며 더 오래 걸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쪽에서는 국제유가 변동이 농식품 물가에 닿기까지 통상 4~6개월이 걸리고, 그 사이 물류비가 가장 큰 변수라고 본다.
가격의 방향도 비대칭이다. 전문가들은 원유는 주 단위로 오르내리지만, 한 번 오른 완성 소비재 가격은 다시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를 땐 빠르게,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일 유인이 있다.
환율도 변수다. 우리는 원유와 곡물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유가가 내려도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수입 단가 부담이 이어져 하락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실제 통계도 두 흐름이 따로 노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는 1년 전보다 4.8% 올랐지만 가공식품은 3.5% 올랐다. 기름값이 크게 움직인 달에도 가공식품 가격은 제 속도로 따라 움직였다. 올해 1분기 지출 기준으로도 가공식품은 2.2%, 외식은 2.9% 올라 외식 쪽 체감이 가장 컸다.
유가 하락을 체감하려면 품목을 나눠 봐야 한다.
판단 기준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먼저 유가 하락이 최소 수 주 이상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그다음 자주 사는 가공식품 몇 가지의 가격을 영수증이나 장보기 앱에 적어 두고, 포장재 비중이 큰 품목부터 실제로 내릴 때 사는 편이 낫다. 지금의 급락만으로 식탁 물가가 떨어진다고 받아들이기엔 이르다.
마지막으로 짚을 건 지속성이다. 이번 급락은 미국과 이란의 대화 기대에 기댄 것이고, 한 투자은행은 그간 합의가 임박해 보였다가 번번이 무산됐다고 경고한다. 유가가 다시 튀면 식탁 물가의 하락은 그만큼 더 미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