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양파, 토마토,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으면 저온장해나 저온 당화 탓에 오히려 빨리 상하거나 맛이 떨어진다. 냉장이냐 상온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그 재료가 자란 환경의 온도와 수확 후에도 익는 후숙 여부다. 사려는 품목이 열대·후숙·수분 많은 뿌리채소 중 어디에 속하는지만 확인하면 보관 장소를 바로 정할 수 있다.
장 봐온 감자에 싹이 나거나 토마토가 물러진 경험이 있다면,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넣어둔 자리일 수 있다. 감자, 양파, 마늘, 토마토, 바나나는 냉장 보관이 부패나 맛 저하를 오히려 앞당기는 대표 품목이다.
특히 한 번에 다 못 먹고 며칠에 걸쳐 소비하는 1인 가구라면 이 구분이 바로 버리는 식재료를 줄여준다. 냉장고에 무조건 넣는 습관 하나만 바꿔도 결과가 달라진다.
감자는 냉장 온도대에 오래 두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저온 당화가 일어난다. 이 상태로 굽거나 튀기면 아크릴아마이드가 늘어나는데, 이 물질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 물질(2A군)로 분류한다. 빛을 받으면 껍질이 녹색으로 변하며 독성 물질인 솔라닌도 생긴다.
토마토는 후숙 과일이라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숙성이 멈춘다. 농사로 자료에 따르면 10도 이하에 두면 향이 사라지고 껍질이 거칠어진다. 저온에 세포벽이 손상돼 꺼냈을 때 물컹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파와 마늘은 이유가 다르다. 냉장고의 습기 때문에 껍질이 축축해지고 곰팡이가 피기 쉽다. 이들은 차가움보다 습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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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건 냉장, 어떤 건 상온인지 헷갈린다면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원산지 온도다. 바나나, 망고, 오이, 가지처럼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작물은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 저온장해를 입는다. 농촌진흥청은 오이와 가지의 적정 온도를 10~12도, 바나나·망고·키위 같은 열대 과일은 실온(약 21~23도)으로 제시한다. 냉장고보다 높은 온도가 맞는 셈이다.
둘째는 후숙 여부다. 수확 뒤에도 스스로 익으며 단맛과 향을 만드는 과일은 냉기를 만나면 그 과정이 멈춘다. 덜 익은 아보카도나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으면 끝내 제맛이 안 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는 습기다. 양파, 마늘, 감자처럼 원래 흙 속이나 건조한 곳에 있던 채소는 통풍이 관건이다. 밀폐된 냉장고 안 습기가 오히려 부패를 부른다.
기준을 품목에 대입하면 정리가 된다.
| 품목 | 적정 보관 | 이유 |
|---|---|---|
| 감자·고구마 | 서늘하고 어두운 실온 | 저온 당화, 빛에 솔라닌 |
| 양파·마늘 | 건조·통풍되는 상온 | 습기에 곰팡이 |
| 토마토·바나나 | 실온 후숙 | 냉장 시 숙성 정지 |
| 오이·가지 | 10~12도(냉장고 채소칸 앞쪽) | 저온장해 민감 |
감자와 고구마는 신문지나 종이봉투로 빛을 막아 서늘한 곳에 둔다. 양파와 마늘은 망에 담아 바람이 통하게 걸어두면 오래 간다. 토마토는 바구니에 담아 실온에 두되, 완전히 익은 것을 며칠 안에 못 먹겠다면 그때만 냉장고로 옮기는 게 낫다.
예외도 있다. 이미 자른 채소나 과일은 단면이 마르고 세균이 붙기 쉬워 냉장이 맞다. 사과는 에틸렌 가스를 많이 뿜어 옆에 둔 오이나 상추를 빨리 시들게 하므로, 다른 채소와 떨어뜨려 두는 편이 좋다.
결국 '냉장고=신선'이라는 등식이 늘 맞지는 않는다. 재료가 어디서 왔고 아직 익는 중인지만 떠올리면 대부분의 판단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