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4% 내려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내림세는 기름값과 전기요금에 몰려 있고 농산물은 오히려 올랐다. 생산자 단계 가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넘어오는 데 보통 두세 달이 걸리는 데다, 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값이 내렸다는 뜻이 아니다. 장보기에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밥상보다 주유소와 관리비 쪽에 있다.
한국은행이 8월 20일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39로 전월보다 0.4% 내렸다.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다. 뉴스 제목만 보면 물가가 꺾인 것 같지만, 같은 자료에서 1년 전과 비교한 상승률은 여전히 7.7%다. 5월 8.6%, 6월 8.5%에서 조금 낮아졌을 뿐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물건을 내다 파는 단계의 가격이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마주하는 값보다 한발 앞선 지표라, 여기서 방향이 꺾이면 장바구니도 곧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하락은 품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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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림세를 이끈 건 공산품과 공공요금이다. 석탄·석유제품이 5.1%, 화학제품이 1.3% 내렸고, 그 안에서 휘발유는 11.3%, 경유는 9.8%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내린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력·가스·수도는 0.6% 내렸는데, 주택용 전력요금 인하로 주택용 전력이 11.8%나 낮아진 몫이 컸다.
반대로 밥상과 직결되는 농림수산품은 1.5% 올랐다. 농산물은 2.4% 상승했고, 폭염과 작황 부진이 겹친 시금치는 한 달 새 115.8% 뛰었다. 정리하면 이번에 값이 내린 곳은 주유소와 관리비 고지서 쪽이고, 오른 곳은 여전히 마트 채소 코너다. 지수 전체가 내렸다는 소식과 장을 볼 때의 느낌이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산자물가가 내려도 소비자 가격이 바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석유류나 농축수산물처럼 원재료 비중이 큰 품목은 비교적 빠르게 소비자물가로 넘어오지만, 가공식품이나 서비스로 가면 대체로 두세 달의 시차가 생긴다. 원가가 내렸다고 식당이 곧바로 메뉴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상승률 둔화'와 '가격 하락'이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건 값이 내렸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오른 값이 이전보다 천천히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2년 사이 한 단계 올라선 가격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표가 좋아져도 체감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지표를 장보기와 연결하려면 품목을 나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전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8월 들어 국제유가가 19일 기준 전월보다 11% 오르고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점을 상방 요인으로 꼽았다. 7월의 하락이 한 번의 방향 전환인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당분간은 지수 뉴스보다 내가 실제로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표를 직접 확인하는 쪽이 체감과 덜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