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고민이 막막한 이유는 모든 반찬을 한 번에 다 만들려 하기 때문으로,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과 그날 만드는 메인을 나눠 정하면 매일 고민할 거리가 준다. 무침은 2일, 조림·장아찌는 5일에서 2~3주까지 가므로 보관 기간이 무엇을 미리 만들지 알려주고, 무·애호박·대파처럼 여러 요리에 겹쳐 쓰는 제철 재료부터 고르면 장보기와 손질이 함께 줄어든다. 밑반찬은 고정하고 메인은 조리법만 바꿔 변주하며 소분·날짜 표기로 관리하면 적은 가짓수로도 질리지 않는다.

반찬 정하기가 어려운 건 대개 "이번 주 반찬을 한 번에 다 만들어 두겠다"고 마음먹기 때문이다. 대여섯 가지를 한꺼번에 떠올리니 시작 전부터 지친다.
순서를 바꾸면 훨씬 쉬워진다. 반찬을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과 그날그날 만드는 메인으로 나눠서, 오래 가는 것부터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누면 매일 새로 고민할 항목이 확 줄어든다.

Polina Tankilevitch
무엇을 미리 만들고 무엇을 그날 만들지는 감이 아니라 보관 기간으로 정하면 된다. 냉장 기준으로 반찬이 버티는 기간은 대략 이렇게 갈린다.
| 반찬 종류 | 냉장 보관(대략) | 언제 만들까 |
|---|---|---|
| 무침류 | 2일 이내 | 그때그때 소량 |
| 나물·볶음류 | 3~5일 | 주 초반에 |
| 조림류 | 5~7일 | 미리 넉넉히 |
| 장아찌류 | 2~3주 | 여유 있을 때 |
장조림, 멸치볶음, 콩자반처럼 수분이 적고 짭짤한 조림·볶음은 일주일 안팎을 버틴다. 이런 것부터 두세 가지 만들어 두면 한 주의 밑바닥이 깔린다. 반대로 무침류는 이틀을 넘기기 어려우니 미리 잔뜩 만들 필요가 없다. 먹을 만큼만, 먹을 즈음에 무치는 게 낫다. 물론 실제 보관 기간은 간과 냉장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냄새나 맛이 이상하면 아까워도 버리는 게 원칙이다.
밑반찬을 정했다면 다음은 재료다. 여기서 기준은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곳에 쓸 수 있는가"다. 재료를 돌려 쓸수록 장보기 목록이 짧아지고 손질 횟수도 준다.
예를 들어 무 하나를 사면 무나물, 뭇국, 무조림까지 이어진다. 애호박은 볶음 반찬도 되고 된장찌개나 부침에도 들어간다. 대파, 양파, 당근처럼 어느 요리에나 얹히는 재료는 늘 겹쳐 쓰기 좋다. 이런 다목적 재료를 먼저 장바구니에 넣고, 그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반찬과 메인을 함께 그리면 한 번의 손질이 여러 끼로 퍼진다.
제철 재료를 축으로 삼으면 이 계산이 더 쉬워진다. 9월에는 무, 배추, 애호박과 단호박, 버섯, 대파, 부추 같은 채소가 제철이고, 전어와 꽃게도 이맘때가 좋다. 제철 재료는 값이 눅고 맛이 올라 있어, 같은 손질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
밑반찬을 미리 깔고 메인만 매일 바꾸면 전체 가짓수는 자연히 줄어든다. 관건은 적은 가짓수로도 물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방법은 재료가 아니라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다. 같은 닭고기라도 하루는 굽고 다음엔 볶고 그다음엔 찜으로 내면 전혀 다른 밥상이 된다. 밑반찬은 고정해 두고, 그날의 메인만 굽기·볶기·찌기·조리기 사이에서 돌리면 손은 덜 가면서 식탁은 매일 달라 보인다.
마지막은 보관 습관이다. 밑반찬은 한 끼분씩 소분해 담고 용기에 만든 날짜를 적어 두면, 매번 통을 여닫으며 상하는 것을 막고 먼저 먹어야 할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이건 언제 만든 거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진다.
정리하면 순서는 단순하다. 먼저 오래가는 밑반찬 두세 가지를 정해 미리 만들고, 다목적·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장을 본 뒤, 메인은 조리법만 바꿔 가며 그날그날 만든다. 무침처럼 금방 상하는 것은 소량으로 자주 만든다.
이 틀만 잡아 두면 매일 아침 "오늘 반찬 뭐 하지"의 무게가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반찬을 다 만드는 대신, 반찬을 정하는 순서를 만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