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민음사 빵이 8월 21일 출시 닷새 만에 10만 개 팔리며 오픈런을 부른 것은 빵이 아니라 무작위로 든 책갈피 20종 때문이다. 랜덤 굿즈로 품귀를 만든 공식은 2022년 포켓몬빵과 같지만, 이번에 자극한 것은 캐릭터 향수가 아니라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곧 텍스트힙이다. 다음 편의점 협업을 볼 때는 굿즈의 수집 재미와 그것이 대신 드러내는 소비자 정체성을 함께 보면 흥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GS25가 출판사 민음사와 함께 내놓은 빵 두 종이 출시 사흘 만에 5만 개, 닷새 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8월 21일 출시 이후 냉장빵 매출 1·2위에 올랐고, 첫 납품 물량의 약 95%가 소진됐다. 빵은 매일유업 생크림을 넣은 엠즈베이커스 모카번과 깨찰빵 두 종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줄을 선 이유는 빵 맛이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봉지 안에 무작위로 들어 있는 책갈피였다.
책갈피는 모두 20종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쓴 15종과 시집 표지를 쓴 5종으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3종은 GS25에서만 얻을 수 있다. 어떤 책갈피가 들었는지는 열어봐야 알 수 있어, SNS에는 자기가 뽑은 책갈피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8월 20~24일 닷새간 이 빵의 누적 검색량은 약 20만 건에 달했다.

Birgit Böllinger
랜덤 굿즈, 품절, 오픈런. 이 그림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2월 재출시된 SPC삼립 포켓몬빵은 출시 5일 만에 1000만 개가 팔렸고, 편의점과 마트 앞에는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희귀한 '띠부씰'은 개당 5만 원 안팎에 거래되기도 했다.
민음사 빵도 같은 공식을 따른다. 빵 자체보다 안에 든 수집형 굿즈가 구매를 이끌고, '무작위'라는 장치가 반복 구매와 인증을 부른다. 판매 규모는 포켓몬빵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짧은 기간에 특정 상품으로 수요가 몰려 품귀를 만든 방식은 판박이다.
닮은 껍데기 안의 내용물은 다르다. 포켓몬빵의 띠부씰이 어린 시절 캐릭터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면, 민음사 책갈피가 건드린 건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다.
배경에는 이른바 텍스트힙이 있다. 책과 글을 읽는 행위 자체를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는 흐름이다. 실제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성인 전체 평균인 38.5%의 약 두 배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6만 명이 찾아 전년보다 1만 명 늘었다. 책 표지를 감싸는 북커버나 문학 굿즈 수요도 커져, 한 온라인 편집숍의 북 액세서리 거래액은 1년 새 23% 늘었고, 다른 편집숍에서는 책 관련 상품 매출이 약 80% 뛰었다.
민음사 협업 기획자도 이 지점을 봤다. 아이돌·캐릭터 중심의 편의점 협업이 짧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과 달리, 텍스트힙은 사람들이 실제로 책을 소비한다는 신호라고 판단한 것이다. 책갈피는 캐릭터 굿즈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이런 책을 읽는다'는 취향을 드러내는 소품이 된다.
정리하면 이번 오픈런은 빵이 아니라 두 가지가 겹친 결과다. 하나는 랜덤 수집 굿즈라는 검증된 흥행 장치, 다른 하나는 독서를 취향이자 정체성으로 소비하는 텍스트힙이다. 편의점 협업의 소재가 캐릭터에서 텍스트로 옮겨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이런 화제성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포켓몬빵도 초기 열기 뒤 시즌2로 흐름을 이었지만 대란 자체는 한풀 꺾였다. 다음 협업을 볼 때는 굿즈의 수집 재미와 함께, 그 굿즈가 소비자의 어떤 정체성을 대신 말해 주는지를 보면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