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퍼진 식재료 보관 상식 중에는 토마토·빵의 냉장이나 감자·양파의 동반 보관처럼 오히려 재료를 상하게 하거나 맛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료마다 적정 온도와 위치, 보관 방향이 달라서 '일단 냉장고'라는 습관이 낭비로 이어지기 쉽다. 장을 본 재료를 넣기 전에 각 재료가 냉장이 맞는지, 어디에 어떤 방향으로 둘지 한 번만 확인하면 버리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장을 보고 오면 일단 냉장고부터 채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토마토와 빵은 냉장이 오히려 맛과 신선도를 깎고, 감자와 양파는 같이 두면 서로를 상하게 한다. 흔히 믿는 보관 상식 다섯 가지를 질문으로 놓고, 맞는지 틀린지 하나씩 따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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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덜 익은 토마토라면 실온이 낫다. 토마토는 수확한 뒤에도 숙성하면서 단맛과 향을 스스로 만드는데, 냉장고의 낮은 온도가 이 과정을 멈춰 버린다.
게다가 저온에 오래 두면 세포벽이 손상되는 저온장해가 생긴다. 과육이 물러지고, 토마토 특유의 향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한 번 빠진 향은 다시 꺼내 둬도 잘 돌아오지 않는다.
잘 익어 금방 먹을 토마토라면 냉장 보관해도 된다. 대신 먹기 30분쯤 전에 꺼내 실온에 두면 식었던 단맛이 어느 정도 살아난다.
틀리다. 빵에는 냉장이 가장 나쁜 선택에 가깝다. 빵의 전분은 0~10℃ 구간에서 노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수분을 잃고 딱딱해지는 속도가 실온보다 빨라서, 하루 이틀만 지나도 식감이 확 떨어진다.
며칠 안에 먹을 빵이라면 실온에서 밀봉해 두는 편이 낫다. 오래 두고 먹을 거라면 냉장이 아니라 냉동이 답이다. -18℃ 이하에서는 전분 노화가 거의 멈춘다.
한 번에 먹을 만큼 소분해 얼려 두면 쓰기도 편하다. 꺼내서 자연 해동하거나 살짝 데우면 식감이 비교적 되살아난다. 식빵이라면 얼린 그대로 토스터에 넣어도 된다.
편하지만 틀리다. 이 둘은 함께 두면 서로를 망치는 조합이다. 양파는 수분이 많아, 밀폐된 공간에 같이 두면 감자가 그 수분을 빨아들여 눅눅해지고 곰팡이나 부패가 빨라진다. 반대로 감자가 내뿜는 수분과 가스는 양파를 물러지게 하고 싹을 틔운다.
싹이 난 감자는 그냥 잘라 내고 먹으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싹과 그 주변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기는데,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둘은 떨어뜨려 둬야 한다. 감자는 종이봉투에, 양파는 통풍되는 망에 담아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곳에 각각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감자는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맛이 변하므로, 실온의 어두운 곳이 제자리다.
틀리다. 위치도, 세우는 방향도 다시 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달걀을 냉장고 문칸이 아니라 안쪽 선반에 두라고 권한다. 문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려서, 온도 변화에 약한 달걀에는 가장 불안정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방향도 중요하다.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둥근 쪽을 위로 둔다. 둥근 쪽에는 공기주머니인 기실이 있는데, 이 부분이 위를 향해야 노른자가 기실에 닿지 않아 신선도가 더 오래 간다.
사 온 종이 상자째 안쪽 깊은 선반에 넣는 것도 간단한 방법이다. 포장이 외부 냄새와 온도 변화를 어느 정도 막아 준다.
반만 맞다. 큰 냄비째 넣지 말라는 뜻이지, 몇 시간씩 식히라는 뜻은 아니다. 펄펄 끓인 국을 냄비째 냉장고에 넣으면 겉만 식고 속은 한참 동안 미지근하게 남는다. 세균이 가장 잘 번식하는 4~60℃ 구간에 오래 머무는 셈이다.
그렇다고 다 식을 때까지 상온에 두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식약처는 조리한 음식을 상온에 2시간 넘게 방치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이 구간이 길어질수록 세균은 몇 시간 만에 몇 배로 늘어난다.
요령은 식히는 속도다. 넓고 얕은 용기에 나눠 담으면 열이 빨리 빠져 2시간 안에 냉장고에 넣기 쉽다. 꺼내 먹을 때 한 번 끓여 주면 더 안심이다.
다섯 가지를 관통하는 문제는 "일단 냉장고"라는 습관이다. 토마토와 빵은 냉장이 맛과 식감을 깎고, 감자와 양파는 함께 두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달걀과 뜨거운 음식은 위치와 식히는 속도가 관건이다. 장을 본 재료를 넣기 전에 이게 정말 냉장 자리가 맞는지 한 번만 확인해도, 버리는 식재료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