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는데도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8주 연속 내려 리터당 1,800원대를 지키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동결하고 유류세 인하를 11월 말까지 연장한 정책 효과로,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로 곧장 넘어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두 조치 모두 기한이 정해진 한시 대책이어서 연장 여부와 국제유가 방향이 추석 이후 장바구니 물가를 가를 변수다.

기름값이 다시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적어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왔다는 점부터 알아두면 좋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5월 셋째 주 이후 18주 연속 내렸다. 9월 셋째 주(13~17일) 기준 휘발유 평균은 리터당 1,858.6원, 경유는 1,843.9원으로, 두 유종 모두 1,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정반대였다. 브렌트유는 7월 말 배럴당 90.1달러에서 9월 16일 105.8달러로 올랐고, WTI도 84.7달러에서 102.4달러로 뛰었다. 사우디 송유관 가동 중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 호르무즈 해협 협의 연기 같은 중동발 악재가 겹친 결과다.
| 지표 | 최근 흐름 |
|---|---|
| 브렌트유 | 90.1달러(7/31) → 105.8달러(9/16) |
| WTI | 84.7달러 → 102.4달러 |
| 국내 휘발유 | 18주 연속 하락, 1,858.6원 |
| 국내 경유 | 1,843.9원 |

Ricky Esquivel
두 흐름이 갈라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시차다.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려서, 지금 판매가에는 유가가 낮았던 시점의 도입분이 남아 있다.
더 큰 이유는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 동결이다. 정부는 중동 정세 악화와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10차 최고가격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묶었다. 상한을 눌러두니 국제유가가 올라도 그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곧장 넘어오지 못한다. 국제 시세와 국내 판매가 사이에 완충판을 댄 셈이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이 조치가 18주 하락을 떠받쳐 왔다.
가격을 누르는 장치는 하나 더 있다. 정부는 9월 말 끝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11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했다. 인하율은 휘발유 15%, 경유와 LPG 부탄은 각각 25%로 지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추석 연휴에는 한시적 할인도 더해진다.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이 9월 17일 판매가보다 리터당 100원 싸게 판다. 다만 민자고속도로 주유소에는 일괄 적용되지 않으니, 귀성길에 들르는 주유소가 어디 소속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지금의 안정이 시장이 아니라 정책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최고가격 동결과 유류세 인하는 모두 기한이 정해진 한시 조치다.
기름값은 물류비와 외식·가공식품 원가로 번져 장바구니 물가에 스며든다. 지금은 세 겹의 방어막이 유가 상승을 막고 있지만, 그 막이 언제 얇아지는지가 추석 이후 체감 물가를 가를 지점이다. 당장의 하락세만 보고 방심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