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가 겨울마다 산란계 살처분과 공급 감소로 이어지면서 달걀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달걀은 냉장 소비기한이 산란일로부터 45일 정도로 오래 쟁여두기 어려운 식품이라 사재기의 실익은 생각보다 작다. 한 달 소비량과 보관 조건을 먼저 따진 뒤 필요한 만큼만 사고,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두어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면 신선도를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달걀값은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한 판(특란 30구)이 7,000원대까지 올랐다. 3월엔 7,045원으로 1년 전보다 16.6% 높았다. 그 값이 완전히 내리기 전에 다시 AI 계절이 다가온다는 점이 '또 오른다'는 말의 근거다.
AI는 철새가 들어오는 늦가을과 겨울에 몰린다. 감염이 확인되면 그 농장과 인근 산란계를 살처분하는데, 지난겨울엔 약 1,100만 마리, 전체 사육의 14%가 사라졌다. 알 낳던 닭이 줄면 공급이 줄고 값이 오른다. 새로 병아리를 들여도 알을 낳기까지 6개월이 걸려 회복이 더디다는 점이 값을 밀어 올린다.
다만 지금은 우려 단계다. 방역당국이 9월부터 대비를 강화하고 있을 뿐, 값이 급등할 만한 대규모 발생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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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재기 판단이 갈린다. 값이 오를까 봐 미리 많이 사두고 싶지만, 달걀은 오래 저장하는 식품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달걀의 소비기한은 냉장 보관을 전제로 산란일로부터 45일 정도다. 마트에서 살 때 이미 산란 후 며칠이 지난 상태이니, 집에서 두고 먹을 수 있는 기간은 그보다 짧다. 한 달에 두 판을 먹는 집이 다섯 판을 쟁여두면, 아낀 돈보다 버리는 달걀이 더 클 수 있다.
기준은 두 가지다. 우리 집이 한 달에 몇 개를 먹는지, 그리고 냉장고에 제대로 보관할 자리가 있는지다.
한 달 소비량이 분명하고 냉장 공간이 넉넉하다면, 값이 오름세로 돌아섰을 때 한 달치 정도를 앞당겨 사두는 건 합리적이다. 반대로 소비가 들쭉날쭉하거나 자취처럼 소비량이 적다면, 두 판을 쟁이는 사이 뒤쪽 달걀이 소비기한을 넘긴다. 이럴 땐 평소처럼 한 판씩 사는 편이 낫다.
값이 크게 튀는 국면은 대개 겨울 확산이 본격화한 뒤다. 지금 같은 우려 단계에서 서둘러 대량 구매할 이유는 크지 않다. 예컨대 한 판에 500원이 오른다고 해도, 한 달에 두 판 먹는 집이 아끼는 돈은 1,000원 남짓이다. 그 돈을 아끼려다 소비기한을 넘겨 몇 알을 버리면 오히려 손해다.
같은 달걀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진다.
정말 오래 두고 싶다면 냉동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껍질째로는 얼리면 부피가 늘어 껍질이 깨지므로 안 되지만, 깨서 노른자와 흰자를 가볍게 푼 뒤 밀폐 용기에 얼리면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흰자만 따로 얼려 두었다가 요리에 쓰는 방법도 있다. 다만 해동한 달걀은 반숙이나 프라이보다 완전히 익히는 요리에 쓰는 편이 안전하다.
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달걀은 쟁여둔다고 마냥 이득이 되는 품목이 아니다. 한 달 소비량과 보관 자리를 먼저 계산하고, 그만큼만 사서 안쪽에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두는 것. 값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신호가 보이면 그때 한 달치를 앞당기면 된다. 대량으로 미리 쌓아두는 것보다 이 편이 돈도 신선도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