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이 미리 만든 재료를 15~20분 안에 조합하는 회전이라면, 주말은 시간과 재료를 더 들일 수 있는 끼니다. 그래서 주말 메뉴는 손이 가는 메인 요리 하나와 제철 재료를 기준으로 잡고, 아침·점심·저녁에 힘을 다르게 주어 구성하면 된다. 장보기 리스트는 그 메인 요리에서 거꾸로 짚어 제철 재료부터 채우면 낭비가 줄어든다.

평일 저녁의 목표는 속도다. 미리 지어 둔 밥, 끓여 둔 국, 만들어 둔 반찬을 조합해 15~20분 안에 한 끼를 차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평일 메뉴는 '새로 뭘 만들까'가 아니라 '뭘 돌려 쓸까'의 문제에 가깝다.
주말은 조건이 두 가지 바뀐다. 시간을 더 쓸 수 있고, 식탁에 둘러앉는 사람이 는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평일처럼 냉장고에 있는 걸 대충 데워 내면 주말만의 밥상이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매 끼 새 요리를 하겠다고 덤비면 주말 내내 부엌에 갇힌다. 필요한 건 평일과 다른 기준이다.

Helena Jankovičová Kováčová
첫째, 시간이 드는 메인 요리 하나를 정한다. 평일에는 엄두를 못 내던 갈비찜, 백숙, 생선구이, 오래 끓이는 탕처럼 손과 시간이 드는 요리를 주말의 중심에 둔다. 나머지 끼니는 이 메인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둘째, 제철과 신선도가 기준이다. 9월 초 지금은 전어, 꽃게, 대하가 9월부터 11월까지 제철로 접어드는 시기다. 표고버섯, 고구마, 배도 지금이 좋다. 오래 두면 맛이 빠지는 재료일수록 사 온 주말에 바로 쓰는 편이 낫다.
셋째, 인원이다. 네 식구가 다 모이는 주말이라면 한 사람분씩 접시를 따로 차리기보다 큰 냄비나 큰 접시에 담아 나눠 먹는 메뉴가 준비도 설거지도 줄여 준다.
주말 세 끼를 같은 무게로 다루면 지친다. 시간대별로 힘을 다르게 준다.
아침은 여유가 무기다. 평일에는 못 하던 전, 국수, 브런치처럼 갓 만들어야 맛있는 것을 이때 한다. 점심은 그날의 메인을 올리는 자리다. 오래 걸리는 요리를 아침에 안쳐 두면 점심에 맞춰 완성된다. 저녁은 가볍게 간다. 점심에 남은 것을 활용하되, 이참에 다음 주 평일용 밑준비를 겸하면 좋다. 채소를 손질해 소분하거나 국물을 넉넉히 끓여 두면 월요일 저녁이 편해진다.
가령 이런 하루를 그려 볼 수 있다. 아침에 갈비찜을 안치고 간단히 채소전을 부쳐 먹는다. 점심에는 다 익은 갈비찜을 밥, 나물과 함께 한 상에 올린다. 저녁에는 낮에 나온 자투리 채소를 손질해 다음 주용으로 소분하고, 남은 국물로 가벼운 찌개 한 그릇을 낸다. 세 끼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 같은 재료로 부엌에 서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리스트는 메인 요리에서 거꾸로 짚어 나간다. 먼저 정한 메인에 필요한 재료를 적고, 그다음 곁들임과 다음 주 밑준비용 재료를 더한다. 한 끼는 '주재료 하나, 탄수화물 하나, 곁들임 하나' 정도로 단순하게 잡으면 장보기도 조리도 복잡해지지 않는다.
여기에 규칙 하나만 더한다. 애매하면 제철 재료를 먼저 담는다. 제철 재료는 대개 더 싸고 맛이 올라와 있어 손이 덜 가도 한 끼가 산다. 예비 메뉴 한두 개분 재료를 여유로 남겨 두면, 갑자기 외식을 하거나 일정이 바뀌어도 장 본 것이 냉장고에서 상하지 않는다. 완벽한 식단표를 짜려 애쓰기보다, 메인 하나와 제철 재료 몇 가지만 확실히 정해 두는 편이 실제로는 더 오래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