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과 지퍼백, 밀폐용기는 각각 밀착 보호, 공기 차단 냉동, 수분 유지라는 다른 역할을 맡는다. 채소는 호흡하는 재료라 완전히 밀폐하면 오히려 무르고, 육류는 공기를 빼고 소분해 냉동해야 오래간다. 감자·양파·바나나처럼 냉장이 도리어 독이 되는 재료를 실온에 두는 것이 신선도를 지키는 갈림길이다.
장을 보고 와서 무심코 아무 봉지에나 담아 냉장고에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랩, 지퍼백, 밀폐용기는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 재료에 맞는 것을 골라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 종류 | 하는 일 | 잘 맞는 재료 |
|---|---|---|
| 랩 | 밀착시켜 공기·수분 접촉 차단 | 잎채소, 자른 단면, 냉동 전 고기 |
| 지퍼백 | 공기를 빼고 밀봉, 소분·냉동 | 냉동 육류, 소분 재료 |
| 밀폐용기 | 수분을 가두고 국물 유지 | 국·반찬, 물기 많은 식품 |
랩은 재료에 밀착해 공기와 수분이 닿는 면을 줄여 준다. 잘라 놓은 채소나 과일의 단면처럼 마르기 쉬운 부위를 덮는 데 특히 유용하다. 지퍼백은 안의 공기를 빼내고 잠글 수 있어 냉동과 소분에 강하다. 한쪽 끝에 빨대를 꽂아 공기를 빨아낸 뒤 잠그면 간이 진공에 가까워진다. 상하기 쉬운 젓갈이나 냄새가 강한 재료를 이렇게 공기를 빼 밀봉하면 냄새 배임도 함께 줄어든다. 밀폐용기는 수분이 많은 국물 요리나 반찬을 담아 마름과 냄새 배임을 막는 데 맞다. 다만 세 가지 모두 넣기 전에 재료의 물기를 닦아 내는 것이 공통 원칙이다. 표면에 남은 물기가 세균과 무름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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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냉장고 안이라도 채소와 고기는 정반대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채소는 수확한 뒤에도 계속 호흡하는 살아 있는 재료다. 그래서 완전히 밀폐하면 안에 습기가 차고 조직이 물러진다. 잎채소는 물기를 턴 뒤 키친타월로 감싸 랩이나 봉지에 넣으면, 타월이 여분의 수분을 잡아 줘 훨씬 오래간다. 과일을 봉지에 넣을 때도 꽉 묶지 말고 2~3개쯤 구멍을 내 산소가 통하게 두는 편이 낫다. 채소에게 필요한 건 완전 차단이 아니라 적당한 숨통이다.
육류는 반대로 공기를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공기와 닿는 면에서 산화와 냉동 화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고기는 표면에 식용유를 얇게 발라 랩으로 단단히 싼 뒤 지퍼백에 넣어 냉동하면 마름을 늦출 수 있다. 삼겹살처럼 여러 장을 겹칠 때는 사이사이에 종이 호일을 끼워 지퍼백에 넣으면, 얼어붙어 한 덩어리가 되는 일을 막아 필요한 만큼만 떼어 쓸 수 있다. 핵심은 한 끼 분량으로 나눠 공기를 빼고 냉동하는 것이다.
모든 재료를 냉장고에 넣는 습관은 오히려 신선도를 해친다. 실온이 맞는 대표 재료들이 있다.
감자는 냉장 보관하면 식감이 딱딱하게 변하고 맛이 떨어진다.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실온에 두는 편이 낫다. 양파는 껍질째라면 바람이 통하는 실온이 기본이다. 냉장고에 오래 두면 습기 탓에 곰팡이가 피고 물러진다. 다만 껍질을 깐 양파는 랩으로 감싸 지퍼백에 넣어 짧게 냉장하는 정도는 괜찮다.
바나나는 냉장하면 껍질이 검게 변하고 금세 물러진다. 꼭지 부분을 매달아 바람 통하는 상온에 두는 게 좋다. 가지는 낮은 온도에 민감해 10도 이하에서 오래 두면 맛과 질감이 상하고, 마늘도 냉장고에 오래 두면 곰팡이가 피고 냄새가 밴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물기가 많고 잘 무르는 재료는 냉장하되 숨통을 틔워 주고, 고기는 공기를 빼 냉동하며, 감자·양파·바나나·가지·마늘은 서늘한 실온에 둔다. 재료의 성질에 맞춰 비닐과 자리를 정하는 것만으로 버리는 식재료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