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가격만 보면 재료 단가는 대형마트가 밀키트보다 싸다. 그런데 1·2인 가구가 마트에서 사고 남겨 버리는 재료까지 계산하면, 정량으로 소분된 밀키트가 실질 비용에서 앞설 수 있다. 상하기 쉬운 재료를 소량 쓸 때는 밀키트, 오래 두고 쓰는 재료는 마트로 나누면 유통 구조의 차이를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재료를 놓고 단위 가격만 비교하면, 대형마트가 밀키트보다 싸다. 밀키트는 채소와 고기를 소량으로 손질해 소분하고 포장한 뒤 유통까지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의 비용이 값에 얹힌다. '밀키트가 원래 싸다'는 말은 재료 단가만 놓고 보면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1·2인 가구가 밀키트로 몰리는 데는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 마트에서 산 재료를 다 쓰지 못하고 버리는 몫까지 넣으면, 정량으로 딱 맞춰진 밀키트가 오히려 덜 나갈 수 있다. 편의점 소포장 채소·과일 매출이 최근 몇 년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핵심은 '단가'가 아니라 '낸 돈 대비 실제로 먹은 양'이다. 이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는 유통 구조를 뜯어보면 드러난다.

Mikhail Nilov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산지에서 수확·선별·포장을 거쳐 도매로 모였다가 소매로 흩어지는 여러 단계를 지난다. 이 과정에 붙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유통 통계를 보면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40~50%에 이른다. 소비자가 낸 값의 절반 가까이가 물건값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여기에 마트 장보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용이 하나 더 있다. 1인 가구가 한 봉지 단위로 산 대파나 두부를 다 쓰지 못하고 버리는 손실이다. 단위당 가격이 싸도 절반을 버리면, 실제로 먹은 양 기준의 단가는 두 배가 된다.
밀키트라고 이 유통 단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같은 산지에서 오는 재료이니 앞의 유통비용은 비슷하게 얹힌다. 차이는 그다음, 재료가 소비자 손에 온 뒤에 갈린다.
밀키트의 절약은 재료를 싸게 떼 오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소분과 포장, 짧은 유통기한 관리에 돈이 더 든다. 절약은 '버리는 재료가 거의 없다'는 데서 나온다.
레시피에 맞춰 대파 몇 대, 소스 몇 그램 하는 식으로 정량이 들어 있으니 남길 게 없다. 손질과 계량에 드는 시간,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도 줄어든다. 업체 입장에서도 계획한 물량을 미리 잡아 만들어 재고 손실을 관리하기 쉽다. 다만 이 편의의 대가로 단가가 붙는 것이라, 재료를 알뜰히 다 쓰는 사람에게는 마트가 여전히 싸다.
| 항목 | 마트 장보기 | 밀키트 |
|---|---|---|
| 재료 단가 | 대체로 낮음 | 소분·포장으로 높음 |
| 남기는 재료 | 1인 가구는 많음 | 정량이라 거의 없음 |
| 유통기한 | 재료별로 긴 편 | 반조리라 짧음 |
| 손질·계량 | 직접 해야 함 | 되어 있음 |
이 차이를 알면 선택 기준이 분명해진다.
정리하면 밀키트는 '싼 재료'가 아니라 '안 버리는 재료'를 파는 셈이다. 내가 재료를 얼마나 남기는 사람인지에 따라, 같은 요리라도 어디서 사는 게 이득인지가 갈린다.